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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지식

혈액 검사 젖산(Lactic Acid) 수치: 우리 몸이 보내는 위급 신호, 언제 검사하고 왜 높을까?

by 비비닥 2025. 10. 27.
인체 실루엣과 근육 및 혈류에서 젖산(Lactic acid) 분자가 생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의학 일러스트

혈액 검사 '젖산(Lactic acid)'이란 무엇인가요?

젖산(Lactic acid) 또는 락테이트(Lactate)는 우리 몸의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사 산물입니다. 특히 세포가 산소가 부족한(혐기성) 환경에서 포도당을 에너지로 사용할 때 주로 발생합니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젖산이 소량 생성되더라도 간(liver)에서 다시 포도당으로 전환되거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어 문제없이 처리됩니다. 하지만 응급 상황이나 중환자실에서 이 젖산(Lactic acid) 수치가 높다는 것은, 우리 몸의 세포가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강력한 위험 신호(Red Flag)입니다.

왜 젖산(Lactate) 수치를 검사하나요?

의료진, 특히 응급의학과나 중환자 의학과에서 젖산(Lactate) 수치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이 수치가 '조직 관류 저하(Tissue Hypoperfusion)', 즉 조직과 장기에 피가(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음을 가장 빨리 알려주는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세포는 산소가 충분할 때(호기성 대사) 1개의 포도당으로 38개의 ATP(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산소가 부족하면(혐기성 대사) 고작 2개의 ATP밖에 만들지 못하고, 그 부산물로 젖산(Lactic acid)을 다량 생성하게 됩니다.

핵심 요약: 젖산 수치가 높다는 것은 '세포가 산소 부족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곧 패혈증, 쇼크 등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를 시사할 수 있습니다.

젖산(Lactic acid) 수치가 상승하는 주요 원인

젖산 수치가 오르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Type A, Type B)로 나뉩니다.

Type A: 조직 저산소증 (가장 흔하고 위험)

산소 공급이 실제로 부족하여 젖산 생성이 증가하는 경우입니다.

  • 패혈증 (Sepsis): 감염에 대한 전신 반응으로 혈관이 이완되고 혈압이 떨어져 조직으로의 혈류가 감소합니다. 패혈증 쇼크 진단에 젖산 수치가 핵심적입니다.
  • 각종 쇼크 (Shock):
    • 심인성 쇼크: 심근경색, 심부전 등으로 심장 펌프 기능이 상실될 때
    • 저혈량성 쇼크: 심각한 출혈이나 탈수로 체내 혈액량이 부족할 때
  • 심정지 (Cardiac Arrest): 심장이 멈춰 전신 혈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 격렬한 운동 (Intense Exercise): 근육이 요구하는 산소량이 공급량을 초과할 때 일시적으로 발생합니다. (이는 병적인 상태가 아니며 금방 회복됩니다.)

Type B: 산소 공급과 무관한 원인

산소 공급은 정상이지만, 대사 과정 자체에 문제가 생기거나 젖산 제거가 안 되는 경우입니다.

  • 간 기능 부전 (Liver Failure): 젖산의 약 80%를 처리하는 간이 망가지면 수치가 상승합니다.
  • 약물 및 독소: 메트포르민(Metformin, 당뇨약), 리네졸리드(항생제), 시안화물, 알코올 중독 등
  • 기타: 신부전(제거 감소), 특정 암(Warburg effect), 미토콘드리아 질환
[이미지 자리] 세포의 산소 공급과 젖산 생성 과정
인체 실루엣과 근육 및 혈류에서 젖산(Lactic acid) 분자가 생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의학 일러스트.

젖산 수치,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젖산 수치는 동맥혈, 정맥혈 모두에서 측정이 가능하며 응급 상황에서는 신속한 정맥혈 검사(VBG)로도 유의미한 정보를 얻습니다. (단위: mmol/L)

수치 (mmol/L) 임상적 의미 상태
< 2.0 정상 범위. 조직 관류가 원활함을 시사합니다. 정상 / 저위험
2.0 - 4.0 경도 상승 (젖산혈증). 스트레스 상황이나 초기 쇼크, 패혈증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원인 감별 및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중등도 / 경계
> 4.0 고도 상승 (젖산산증). 심각한 쇼크, 패혈증, 조직 저산소증을 강력히 시사하며 사망률과 직결됩니다.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합니다. 고위험 / 비정상

단순히 한 번의 수치보다 '추세(Trend)'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패혈증 환자에게 수액 치료와 항생제 투여 후 젖산(Lactic acid) 수치가 떨어지는 '젖산 제거율(Lactate clearance)'이 보이면 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좋은 징후입니다.

젖산 수치가 높으면 어떻게 치료하나요?

매우 중요한 점은, "젖산 수치 자체를 치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젖산(Lactic acid)은 결과물일 뿐, 우리는 그 원인을 치료해야 합니다.

  • 원인 교정: 패혈증이 원인이면 신속한 항생제와 수액을 투여합니다. 심근경색이 원인이면 막힌 심장 혈관을 뚫는 시술을 합니다. 출혈이 원인이면 지혈과 수혈을 시행합니다.
  • 산소 공급 및 순환 개선: 혈압이 낮으면 승압제를 사용하고, 산소포화도가 낮으면 산소를 공급하여 조직으로 가는 산소량을 늘립니다.

근본 원인이 해결되어 세포에 산소 공급이 재개되면, 혐기성 대사가 멈추고 젖산 생성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됩니다.

Q&A: 젖산(Lactic acid)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운동 후 근육통(알배김)도 젖산 때문인가요?

A: 아닙니다. 과거에는 그렇게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운동 중 생성된 젖산(Lactic acid)은 1~2시간 내에 대부분 에너지원으로 재사용되거나 처리됩니다. 운동 후 24~72시간 뒤에 발생하는 지연성 근육통(DOMS)은 근육의 미세 손상과 염증 반응 때문입니다.


Q2. 젖산(Lactic acid) 검사는 금식이 필요한가요?

A: 아닙니다. 이 검사는 주로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중증도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시행되므로 금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Q3. 젖산(Lactate)과 젖산산증(Lactic acidosis)은 같은 말인가요?

A: 엄밀히 다릅니다. '젖산(Lactate)'은 물질 그 자체를 의미하고, 수치가 높은 상태를 '젖산혈증(Hyperlactatemia)'이라고 합니다. '젖산산증(Lactic acidosis)'은 젖산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혈액이 산성(pH < 7.35)이 된 심각한 임상 상태를 의미합니다.


Q4. 젖산 수치는 얼마나 빨리 변하나요?

A: 젖산의 반감기는 약 20분에서 1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습니다. 따라서 치료가 효과가 있다면 2~4시간 이내에 재검사 시 수치가 의미 있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5. 당뇨약(메트포르민)이 젖산산증을 일으킬 수 있나요?

A: 매우 드물지만 가능합니다. (MALA: Metformin-Associated Lactic Acidosis) 특히 신장 기능이 매우 저하된 환자가 메트포르민을 복용할 경우 약물이 축적되어 젖산산증을 유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기능 저하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 처방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참고 자료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