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흉수(胸水), 폐에 물이 차는 현상이란?
우리 폐는 흉막이라는 두 겹의 얇은 막에 싸여 있습니다. 이 두 막 사이의 공간을 '흉막강'이라고 부르며, 평소에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소량의 액체(5~15cc)만 존재합니다.
어떠한 원인에 의해 이 흉막강 내에 비정상적으로 액체가 고이는 상태를 흉수(흉막삼출액)라고 합니다. 흉수가 생기면 폐를 압박하여 심각한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누출성(Transudate) vs 삼출성(Exudate) 흉수
흉수의 원인을 감별할 때, 의사들은 흉수의 성분을 분석하여 '누출성'과 '삼출성'으로 구분합니다. 누출성은 주로 전신적인 압력 문제로 맑은 액체가 새어 나오는 것이며, 삼출성은 염증이나 암 등으로 인해 흉막 자체에 문제가 생겨 단백질이 풍부한 액체가 고이는 것입니다.
흉수의 원인 1: 울혈성 심부전 (심장 기능 저하)
가장 흔한 흉수의 원인 중 하나로, '누출성 흉수'의 대표 주자입니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저하되면(심부전),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고 정맥 내 압력이 높아집니다. 이 압력으로 인해 혈관 속의 수분이 흉막강으로 새어 나와 흉수가 발생합니다. 주로 양쪽 폐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흉수의 원인 2: 폐렴 (부폐렴성 흉수)
폐렴은 폐 조직 자체의 감염이지만, 이 염증이 흉막까지 파급되면 '삼출성 흉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부폐렴성 흉수(parapneumonic effusion)'라고 합니다. 단순 염증 반응일 수도 있지만, 세균이 흉막강 내에서 직접 증식하면 '농흉(empyema)'이라는 고름 주머니로 발전할 수 있어 즉각적인 배액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흉수의 원인 3: 악성 종양 (암)
암성 흉수는 매우 심각한 원인입니다. 폐암이 흉막을 직접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유방암, 림프종 등)의 암세포가 흉막으로 전이되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암세포는 흉막의 투과성을 증가시키고 림프관을 막아 흉수를 유발합니다. 암성 흉수는 종종 혈액이 섞인 붉은색(혈흉)을 띠기도 합니다.
흉수의 원인 4 & 5: 결핵과 간경화
4. 결핵성 흉막염
한국은 여전히 결핵 유병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폐결핵 환자에서 결핵균이 흉막을 침범하면 '결핵성 흉막염'이 발생하며 삼출성 흉수를 유발합니다. 젊은 층에서 원인 불명의 흉수가 발생했을 때 반드시 감별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5. 간경화 (간경변)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는 간경화는 '누출성 흉수'의 또 다른 주요 원인입니다. 간에서 알부민(단백질) 합성이 줄어들면 혈관 내 삼투압이 낮아져 수분이 혈관 밖으로 쉽게 빠져나갑니다. 이로 인해 복수(ascites)와 함께 흉수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 흉수의 주요 증상 (이럴 땐 병원으로!)
-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거나, 누우면 더 심해지는 호흡곤란
- 숨을 깊게 들이쉴 때 느껴지는 날카로운 흉통 (결핵성 흉막염 등)
- 지속적인 마른기침
- 발열, 오한, 식은땀 (폐렴, 결핵 등 감염 동반 시)
흉수 관련 Q&A
Q1: 흉수는 어떻게 진단하나요?
A: 가장 기본적이고 빠른 방법은 흉부 X-ray입니다. 서 있는 자세에서 흉수가 300cc 이상 고이면 X-ray에서 명확하게 보입니다. 더 적은 양은 CT나 초음파로 확인할 수 있으며, 원인 감별을 위해 주사기로 흉수를 직접 뽑아(흉수 천자) 검사합니다.
Q2: 흉수는 무조건 뽑아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심부전이나 신부전으로 인한 누출성 흉수는 이뇨제 등을 사용하여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저절로 흡수됩니다. 하지만 호흡곤란이 심하거나, 감염(폐렴, 결핵) 또는 암이 의심되는 삼출성 흉수는 진단 및 치료 목적으로 흉수를 뽑아야 합니다.
Q3: 흉수를 뽑으면 폐에 구멍이 생기나요?
A: 아닙니다. 흉수 천자는 폐를 덮고 있는 두 겹의 막(흉막) 사이의 '공간'에 고인 물을 빼내는 시술입니다. 폐 자체를 찌르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드물게 시술 합병증으로 폐가 찔려 '기흉'이 발생할 수 있으나, 초음파 유도 하에 안전하게 시행합니다.
Q4: 흉수가 암이면 무조건 말기인가요?
A: '악성 흉수'가 발견되면, 암세포가 흉막까지 퍼졌다는 의미이므로 폐암의 경우 4기(말기)로 진단됩니다. 하지만 이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며, 흉수 조절 치료 및 항암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Q5: 흉수 치료 후 재발할 수 있나요?
A: 네, 원인 질환이 해결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암성 흉수나 조절되지 않는 심부전, 간경화의 경우 흉수가 계속 찰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흉관을 삽입하거나 흉막 유착술 등을 고려합니다.
References
- Light, R. W. (2013). Pleural effusion.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 Mayo Clinic. (2024). Pleural effusion: Symptoms and causes. (mayoclinic.org)
- American Thoracic Society. (2022). Pleural Effusion: A Patient Guide. (thoraci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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