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장기, 간의 마지막 경고 '간경화'
간경화(간경변, Liver Cirrhosis)는 만성적인 간 손상이 계속되어 정상적인 간세포가 섬유 조직으로 대체되어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알코올성 간질환, 지방간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장기'라 불리지만, 병이 진행되면 황달, 복수, 간성뇌증, 정맥류 출혈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간경화는 한번 진행되면 이전의 건강한 간으로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질환이기에, 더 이상 내과적 치료로 간 기능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마지막 희망으로 간이식을 고려하게 됩니다.
간이식, 언제 누구에게 필요한가?
모든 간경화 환자가 간이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간이식은 더 이상 다른 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말기 간질환 환자에게 시행되는 최종 치료법입니다. 이식 여부를 결정하는 객관적인 지표로 'MELD 점수(Model for End-stage Liver Disease Score)'가 널리 사용됩니다.
- MELD 점수: 혈액검사 수치(빌리루빈, 크레아티닌, INR)를 조합하여 계산하며, 3개월 내 사망률을 예측하는 점수입니다. 이 점수가 높을수록 간 기능이 나쁘다는 의미이며, 뇌사자 간이식 대기 순서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 주요 간이식 대상:
- 반복되는 정맥류 출혈, 조절되지 않는 복수, 간성뇌증 등 비대상성 간경화 환자
- 간세포암종이 발생했으나, 암의 크기와 개수가 특정 기준(밀란 기준 등)을 벗어나지 않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
- 급성 간부전으로 간 기능이 단기간에 급격히 나빠진 환자
생명을 나누는 위대한 결정: 간이식의 종류와 과정
간이식은 크게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으로 나뉩니다. 우리나라는 뇌사 기증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가족 등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기증받는 생체 간이식이 70~80%를 차지합니다.
간경화에서 간이식까지의 여정
만성 간질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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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 진행 및 합병증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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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대상자 평가 (MELD 점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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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뇌사자 대기 등록 / 생체 공여자 수술 적합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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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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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회복 및 평생 면역억제제 복용
이식 후 새로운 삶, 꾸준한 관리가 중요
성공적인 간이식 수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식받은 간이 우리 몸에서 거부반응 없이 잘 기능하도록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면역억제제는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정기적인 외래 진료와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식단 관리, 적절한 운동, 금주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제2의 인생을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 Q1. 생체 간이식 시, 간을 기증한 공여자는 건강에 문제가 없나요?
- A. 간은 재생 능력이 매우 뛰어난 장기입니다. 공여자의 남은 간은 수술 후 수개월 내에 원래 크기에 가깝게 재생됩니다. 철저한 사전 검사를 통해 공여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며, 대부분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 Q2. 간이식 수술의 성공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 A. 한국의 간이식 수술 성공률은 95%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수술 기술의 발전과 체계적인 수술 후 관리 시스템 덕분에 매우 높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 Q3.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 환자도 간이식이 가능한가요?
- A. 네, 가능합니다. B형 간염은 간이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수술 후 항바이러스제와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통해 이식된 간에 B형 간염이 재발하는 것을 매우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 Q4. 간이식 수술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 A. 수술 및 입원 비용은 수술의 종류, 환자의 상태, 합병증 유무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다행히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산정특례 제도를 통해 본인 부담금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Q5.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는 간이식을 받을 수 없나요?
- A.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식 전 최소 6개월 이상의 금주 기간을 성공적으로 지켰음을 증명해야 하며,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확인되어야 합니다. 이는 귀한 간을 이식받은 후 다시 술로 인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참고 자료
- 대한간학회 (The Kor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he Liver) 간경변증 진료 가이드라인
-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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