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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지식

베르니케 증후군 (Wernicke's Encephalopathy): 응급 치료가 필요한 티아민 결핍의 경고

by 비비닥 2025. 11. 17.

베르니케 증후군이란 무엇인가?

베르니케 증후군(Wernicke's Encephalopathy, WE)은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인 티아민(비타민 B1)의 급성적이고 심각한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학적 응급 질환입니다. 티아민은 뇌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티아민이 부족해지면 뇌세포, 특히 뇌간, 시상, 유두체 등 특정 부위가 손상을 입어 치명적인 증상들을 유발합니다. 베르니케 증후군은 즉각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구적인 뇌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베르니케 증후군의 3대 징후

전형적으로 베르니케 증후군은 세 가지 특징적인 증상(Classic Triad)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하나 또는 두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진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베르니케 3대 증상 (Classic Triad)

  • 1. 안구 운동 장애 (Ophthalmoplegia)
    눈동자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이거나 마비되는 증상입니다. 눈이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하거나(외안근 마비), 눈동자가 지속적으로 흔들리는(안진)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 2. 보행 실조 (Ataxia)
    소뇌 손상으로 인해 균형 감각이 저하되어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고 비틀거립니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걷게 되며,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울 수 있습니다.
  • 3. 정신 혼란 (Confusion)
    지남력(시간, 장소,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상실되고, 무관심, 혼란, 기억력 저하, 환각 등이 나타납니다. 심한 경우 혼수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왜 발생하는가? (티아민 결핍의 원인)

베르니케 증후군은 티아민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러한 결핍을 유발하는 가장 흔하고 중요한 원인은 만성 알코올 중독입니다.

  • 알코올 중독: 알코올은 티아민의 장내 흡수를 방해하고, 간에 저장된 티아민을 고갈시키며, 티아민의 활성화를 억제합니다. 또한, 알코올 중독자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 영양실조: 장기간의 단식, 신경성 식욕부진증, 위장관 수술(예: 비만 대사 수술) 후 흡수 장애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기타 질환: 심각한 구토(예: 임신 오조증), 암, AIDS, 장기간 정맥 주사로 영양을 공급받는 환자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단 및 치료: 시간을 다투는 응급 상황

베르니케 증후군은 주로 환자의 병력(특히 알코올 섭취력)과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진단합니다. 혈액 검사나 뇌 MRI 촬영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치료가 늦어져서는 안 됩니다.

[응급 치료 원칙] 베르니케 증후군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즉시 고용량의 티아민(비타민 B1)을 정맥 주사로 투여해야 합니다. 경구(먹는 약) 티아민은 흡수율이 매우 낮아 응급 상황에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특히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포도당 수액을 주기 전, 반드시 티아민을 먼저 투여해야 합니다. (티아민 없이 포도당만 투여 시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습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코르사코프 증후군)

베르니케 증후군을 적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약 80% 이상의 환자가 코르사코프 증후군(Korsakoff's Syndrome)이라는 비가역적인(회복 불가능한) 뇌 손상으로 진행됩니다. 코르사코프 증후군은 심각한 기억 상실이 특징이며, 특히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기억하지 못하고,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지 못하며, 부족한 기억을 거짓말로 지어내 채우는 '작화증(Confabulation)'을 보입니다.

즉, 베르니케 증후군은 급성기 질환이며, 이것이 만성화되고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긴 상태가 코르사코프 증후군입니다. (이 둘을 합쳐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이라고도 부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1: 술을 많이 마시면 무조건 베르니케 증후군에 걸리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폭음을 하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게서 발생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Q2: 종합 비타민을 먹으면 예방이 되나요?

A: 일반적인 종합 비타민에 포함된 티아민 함량은 매우 낮습니다. 알코올 중독 환자의 경우, 경구 섭취로는 장내 흡수율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예방에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주 또는 금주와 균형 잡힌 식사입니다.

Q3: 베르니케 증후군 치료 후 완치가 가능한가요?

A: 초기에 신속하게 티아민을 투여하면 안구 운동 장애나 정신 혼란 증상은 수일 내에 극적으로 호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행 실조는 회복이 느리거나 일부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며, 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진행되면 기억력 장애는 영구적으로 남게 됩니다.

Q4: 티아민 주사는 한 번만 맞으면 되나요?

A: 아닙니다. 급성기에는 고용량의 티아민을 며칠간 반복적으로 정맥 주사해야 합니다. 이후 환자의 상태와 영양 섭취가 안정되면 경구 티아민으로 전환하여 장기 복용할 수 있습니다.

Q5: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걸릴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알코올 중독이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극단적인 다이어트, 비만 대사 수술 후, 심한 입덧(임신 오조증), 장기적인 영양실조, 특정 암 환자 등 티아민 흡수나 대사에 문제가 생기는 모든 경우에 베르니케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References)

  • Galvin, R., et al. (2010). Thiamine deficiency in patients with alcohol use disorders –prevalence, risk factors and treatment. Alcohol and Alcoholism, 45(6), 511–517. https://doi.org/10.1093/alcalc/agq056
  • Welsh, J. (2021). Wernicke encephalopathy. UpToDate. https://www.uptodate.com/contents/wernicke-encephalopathy
  •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NIAAA). (2004). Alcohol's Damaging Effects on the Brain. https://pubs.niaaa.nih.gov/publications/aa63/aa63.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