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전제: 로라제팜은 '베르니케'가 아닌 '금단 증상'을 치료합니다
가장 먼저 명확히 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로라제팜(아티반)은 베르니케 뇌병증 자체를 치료하는 약물이 아닙니다. 베르니케 뇌병증의 유일한 치료제는 고용량 티아민(비타민 B1)입니다.
베르니케 뇌병증은 만성 알코올 의존 환자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합니다. 이런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 알코올 공급이 중단되면서, 치명적일 수 있는 '알코올 금단 증후군(Alcohol Withdrawal Syndrome)'이 동반됩니다. 베르니케 뇌병증 환자에게 로라제팜을 투여하는 이유는 바로 이 알코올 금단 증상(불안, 초조, 환각, 섬망, 발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함입니다.
'티아민 먼저!' : 절대적인 투여 원칙
응급실에서 베르니케 뇌병증이 의심되는 알코올 의존 환자가 오면, 모든 약물에 앞서 '티아민(Thiamine)을 먼저' 주사하는 것이 철칙입니다.
- 이유: 티아민이 결핍된 상태에서 포도당(수액)이나 벤조디아제핀(로라제팜)을 먼저 투여하면, 뇌의 얼마 남지 않은 티아민이 급격히 소모되어 베르니케 뇌병증이 오히려 악화되거나 급성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 프로토콜: 베르니케 뇌병증 로라제팜 투여가 필요하더라도, 반드시 고용량 티아민 정맥 주사(IV)를 먼저 투여하거나 최소한 동시에 투여해야 합니다.
알코올 금단 증상 치료를 위한 로라제팜(아티반) 용량 및 용법
베르니케 뇌병증 환자의 로라제팜 투여는 '증상 기반 프로토콜(Symptom-triggered regimen)'이 표준입니다. 주로 CIWA-Ar(Clinical Institute Withdrawal Assessment for Alcohol, revised)라는 점수 척도를 사용해 금단 증상의 중증도를 평가하고 용량을 조절합니다.
| 상황 | 로라제팜(Lorazepam) 권장 용량 | 투여 경로 및 방법 |
|---|---|---|
| 경증~중등도 금단 증상 (CIWA-Ar 8-15점) |
1 ~ 2 mg | 경구(PO) 또는 정맥(IV) 투여. 1~2시간 간격으로 증상을 재평가하며 반복 투여. |
| 중증 금단 증상 / 섬망 (CIWA-Ar > 15점) |
2 ~ 4 mg | 신속한 효과를 위해 정맥(IV) 투여. 30분~1시간 간격으로 증상이 조절될 때까지 반복 투여. |
| 금단 관련 발작(Seizure) | 2 ~ 4 mg (초기 용량) | 정맥(IV)으로 즉시 투여. 필요시 5~10분 후 반복 투여 가능. |
베르니케 환자에게 왜 로라제팜을 선호하는가?
알코올 금단 증상에 사용하는 벤조디아제핀은 디아제팜(다이아팜)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베르니케 뇌병증 환자에게 로라제팜을 비교적 선호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 간 기능 저하 환자에게 안전: 베르니케 뇌병증의 원인이 되는 만성 알코올 의존 환자들은 대부분 알코올성 간경화 등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습니다.
- 대사 과정의 차이: 디아제팜 등은 간에서 여러 단계의 대사를 거쳐 활성 대사산물을 만들지만, 로라제팜은 간에서 한 단계(글루쿠론산 포합)만 거쳐 바로 비활성화됩니다.
- 결과: 간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도 약물이 과도하게 축적될 위험이 낮아, 진정 효과를 예측하기 쉽고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베르니케 뇌병증 로라제팜 투여 Q&A
Q1: 로라제팜 대신 다른 약은 없나요?
A: 로라제팜(아티반), 디아제팜(다이아팜), 클로르디아제폭시드(리브리움) 등이 모두 알코올 금단 증상 치료에 사용되는 1차 벤조디아제핀 약물입니다. 환자의 간 기능, 신장 기능, 이전 사용 이력, 투여 경로(경구/주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사가 가장 적절한 약물을 선택합니다.
Q2: 베르니케 뇌병증 로라제팜 투여 시 부작용은 없나요?
A: 당연히 있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과도한 진정, 졸음, 호흡 억제입니다. 특히 알코올이 아직 체내에 남아있거나 다른 진정제와 병용 시 호흡 마비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철저한 활력 징후 모니터링이 필수입니다.
Q3: 로라제팜 투여는 언제까지 하나요?
A: 알코올 금단 증상은 보통 알코올 중단 후 48~72시간에 가장 심하게 나타나며(섬망, 발작), 5~7일 정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CIWA-Ar 점수를 바탕으로 환자의 증상이 안정화되면, 며칠에 걸쳐 서서히 용량을 줄여(Tapering) 끊게 됩니다.
Q4: 티아민을 먼저 맞고 로라제팜을 맞으면, 베르니케 뇌병증이 낫는 건가요?
A: 아닙니다. 티아민은 베르니케 뇌병증을 치료(또는 악화 방지)하고, 로라제팜은 '동반된' 알코올 금단 증상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치료는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동시에 진행되는 것입니다. 베르니케 뇌병증 로라제팜 투여는 베르니케 뇌병증 자체의 치료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Q5: 술 마시고 필름만 끊겨도 베르니케 뇌병증인가요?
A: 단순한 '블랙아웃(필름 끊김)'은 급성 알코올 중독 증상이며 베르니케 뇌병증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블랙아웃은 만성적인 알코올 남용의 증거이며, 이는 티아민 결핍과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위험 신호입니다.
참고 자료 (References)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 (2018). Practice Guideline for the Pharmacological Treatment of Patients With Alcohol Use Disorder.
- UpToDate. (2024). Management of alcohol withdrawal delirium.
- NICE Guideline [NG50]. (2017). Alcohol-use disorders: diagnosis, assessment and management of harmful drinking (high-risk drinking) and alcohol depen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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