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의학 지식

Medical Emergency Team (MET): 'Failure to Rescue'를 막는 병원의 조기 대응 시스템

by 비비닥 2025. 12. 26.

병동 간호 스테이션에서 차트를 정리하던 중, 갑자기 병실 끝에서 다급한 호출 벨이 울립니다. 달려가 보니 환자는 숨을 헐떡이고 있고 산소포화도는 88%로 떨어져 있습니다. 담당 전공의에게 연락하지만 수술방에 있어 연결이 되지 않고, 그 사이 환자의 의식은 점점 흐려집니다. 많은 의료진이 겪어본 이 아찔한 순간, 우리는 심정지(Cardiac Arrest)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집니다. 이때 등장하는 구원투수가 바로 MET(Medical Emergency Team, 신속대응팀)입니다. 단순한 심폐소생술 팀이 아닌,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한' 병원의 핵심 안전장치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심정지는 갑자기 일어나지 않습니다. 약 60~80%의 환자는 심정지 발생 6~8시간 전부터 호흡수 변화나 의식 저하 같은 명확한 전조 증상(Warning Signs)을 보입니다."

1. MET의 정의와 존재 이유: 'Failure to Rescue'의 예방

MET(Medical Emergency Team) 혹은 RRS(Rapid Response System)는 일반 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때, 심정지가 발생하기 전에(Pre-arrest) 전문 의료진(중환자 전담 의사, 전문 간호사 등)이 즉각 개입하여 치료하는 시스템입니다.

과거에는 'Code Blue(심정지 방송)'가 울려야만 팀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심장이 멈춘 뒤의 후속 조치일 뿐입니다. MET의 목표는 '구조 실패(Failure to Rescue)'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즉, 환자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Afferent Limb)하고, 신속하게 전문가가 투입되어(Efferent Limb) 중환자실로 이송하거나 현장에서 안정을 되찾게 하는 선제적 조치입니다.

2. 임상적 효과 및 근거

🔬 Clinical Impact

여러 연구(MERIT study, Lancet 등)에 따르면, 효율적인 MET 시스템의 도입은 원내 예상치 못한 심정지(Unexpected Cardiac Arrest) 발생률을 약 30~50% 감소시킵니다. 또한, 일반 병동에서의 사망률 감소와 중환자실 재입실률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팀'의 운영을 넘어,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병원 문화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3. 언제 호출해야 하는가? (Activation Criteria)

성공적인 MET 운영의 핵심은 '망설임 없는 호출'입니다. 대부분의 병원은 객관적인 활력 징후(Vital Signs) 기준과 의료진의 주관적인 판단 기준을 함께 사용합니다. 특히 호흡수의 변화는 악화를 알리는 가장 예민한 지표입니다.

구분 주요 호출 기준 (예시) 임상적 의미
호흡 (Airway/Breathing)RR < 8회/분 or > 30회/분
SpO2 < 90% (산소 투여 중에도)
가장 먼저 변하는 지표.
임박한 호흡 부전 시사.
순환 (Circulation)SBP < 90 mmHg
HR < 40회/분 or > 140회/분
쇼크(Shock) 및 심각한 부정맥의 전조.
신경 (Neurology)갑작스러운 의식 변화 (GCS 저하)
반복적인 경련 (Seizure)
뇌압 상승, 대사성 뇌증, 뇌졸중 의심.
기타 (Concern)"Something is wrong"
(의료진의 직관적 우려)
수치로 설명되지 않지만 환자가 평소와 다를 때.
가장 중요한 호출 기준 중 하나.

4. 호출을 가로막는 장벽과 문화적 해결

현장에서 MET 호출이 늦어지는 주된 이유는 '위계 질서(Hierarchy)'와 '비난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이 정도로 불러도 되나?", "주치의 선생님이 싫어하지 않을까?", "별일 아니면 혼날 텐데"라는 생각이 환자의 골든타임을 갉아먹습니다.

성숙한 병원 시스템은 MET 호출이 '허위 경보(False alarm)'로 판명되더라도 호출자를 절대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자가 괜찮다는 것을 전문가가 확인해 주어서 다행입니다"라고 피드백해야 합니다. Concern(우려)만으로도 호출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때, 환자 안전망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5. 임상적 팁과 Q&A

Q1. DNR(심폐소생술 거부) 환자도 MET 대상인가요?
원칙적으로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DNR은 '심정지 시 CPR을 하지 않음'을 의미하지, '치료 포기'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가역적인 원인(예: 가래 막힘, 탈수 등)으로 인한 악화라면 MET가 개입하여 환자의 고통을 줄이거나, 연명의료 계획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병원 내규에 따라 다름)
Q2. 주치의에게 먼저 알리고 MET를 불러야 하나요?
환자가 임박한 위험(Vital sign 붕괴)에 있다면 동시 진행 혹은 선(先) MET 호출이 원칙입니다. 주치의 연락을 기다리다 대응이 늦어지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MET는 주치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팀입니다.
Q3. MET 팀원은 주로 누구로 구성되나요?
병원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중환자 의학에 숙련된 전문의(중환자 전담의 등)와 고숙련 간호사(중환자실 경력 5~10년 이상)로 구성됩니다. 기도 삽관, 중심정맥관 삽입 등 응급 처치가 가능한 인력입니다.
Q4. NEWS score란 무엇인가요?
National Early Warning Score의 약자로, 혈압, 맥박, 호흡수 등의 활력 징후에 점수를 매겨 환자의 위중도를 객관화한 지표입니다. 일정 점수 이상이면 자동으로 MET 호출 알림이 뜨도록 EMR 시스템을 구축하는 병원이 늘고 있습니다.

Take Home Message

  • 조기 발견이 생명: MET는 심정지가 오기 전, 전조 증상(특히 호흡수 변화) 단계에서 개입하여 환자를 살리는 시스템입니다.
  • 직관을 믿으세요: 활력 징후 수치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환자가 안 좋아 보인다"는 직관(Worried criterion)도 중요한 호출 기준입니다.
  • 비난 없는 문화: 호출이 늦어 환자가 잘못되는 것보다, 과잉 대응하여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호출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