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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지식

천포창(Pemphigus): 피부를 위협하는 자가면역 질환, 그 원인과 증상, 그리고 오해

by 비비닥 2025. 7. 7.

피부에 알 수 없는 물집이 자꾸 생겨 고통받고 계신가요? 혹시 '천포창(Pemphigus)'이라는 희귀 질환일 수도 있습니다. 천포창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스스로를 공격하여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피부와 점막에 크고 작은 물집을 형성하며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오늘은 이 천포창이 왜 생기는지, 어떤 증상들을 보이는지, 그리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전염성에 대한 오해까지, 명확하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천포창(Pemphigus): 피부를 위협하는 자가면역 질환, 그 원인과 증상, 그리고 오해

1. 천포창, 대체 왜 생기는 걸까요? (생기는 이유)

천포창은 한마디로 '면역계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천포창 환자의 경우, 이 면역 체계가 실수로 건강한 피부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항체'를 만들어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피부 표피 세포(각질형성세포) 사이에는 서로를 단단히 연결해주는 '데스모좀(desmosome)'이라는 접착제 같은 구조물이 있습니다. 이 데스모좀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데스모글레인(desmoglein) 1'과 '데스모글레인 3'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천포창 환자의 자가항체는 바로 이 데스모글레인을 공격합니다.

"천포창은 면역 체계가 피부 상부 층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잘못 공격하여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이는 각질형성세포와 각질형성세포 사이의 결합을 풀어지게 만듭니다." - MSD 매뉴얼

 

자가항체가 데스모글레인을 공격하여 파괴하면, 피부 세포들 간의 접착력이 약해지고, 결국 세포들이 서로 분리되면서 그 틈에 액체가 고여 물집이 형성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극세포분리(acantholysis)'라고 부릅니다. 이 물집은 매우 얇고 약해서 쉽게 터지며, 터진 자리에는 짓무르거나 진물이 흐르는 상처(미란)가 남게 됩니다.

 

천포창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에게서 더 흔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약물(예: 페니실라민), 백신, 임신, 방사선, 정서적 스트레스, 감염, 특정 음식 등 다양한 요인들이 천포창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명확한 유발 요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2. 천포창,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증상 및 사진)

천포창은 주로 피부와 점막에 물집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집의 크기, 형태, 위치는 천포창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천포창은 크게 '보통 천포창(Pemphigus Vulgaris)'과 '낙엽 천포창(Pemphigus Foliaceus)'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약물 유발성 천포창, 종양 수반 천포창, IgA 천포창 등 다양한 아형이 존재합니다.

낙엽 천포창 (Pemphigus Foliaceus)

2.1. 보통 천포창 (Pemphigus Vulgaris)

가장 흔한 형태의 천포창으로, 전체 천포창 환자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 증상: 물집이 입 안이나 목과 같은 점막에서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작고 연약한 물집으로 나타나지만, 쉽게 터져서 통증을 동반하는 궤양이나 짓무름(미란)을 형성합니다. 이로 인해 식사나 대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 사진으로 본 증상: 입술, 혀, 볼 안쪽, 잇몸 등 구강 점막에 붉은색을 띠는 짓무름이나 하얗게 벗겨진 상처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피부에는 축 늘어진 수포나 터진 후 생긴 진물이 마르면서 생긴 딱지, 그리고 주변 피부가 붉게 변한 발적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집 주변 피부를 살짝 문지르면 피부가 벗겨지는 '니콜스키 현상(Nikolsky's sign)'이 양성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물집들은 매우 연약하여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경우보다 터진 후 짓무름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발생 부위: 구강 점막 외에도 인후, 눈, 코, 생식기, 항문 등의 점막과 두피, 얼굴, 몸통, 사지 등 전신 피부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특징: 물집이 깊은 표피층(기저층 바로 위)에 형성되어 물집 바닥이 쉽게 파괴됩니다. 통증은 심하지만 가려움증은 드문 편입니다.

2.2. 낙엽 천포창 (Pemphigus Foliaceus)

보통 천포창보다 얕은 표피층(과립층)에 물집이 형성되는 특징을 가집니다.

  • 증상: 주로 피부에만 병변이 나타나며, 점막 침범은 거의 없습니다. 물집은 보통 천포창보다 더 얕은 층에 생기므로 더욱 연약하고 쉽게 터집니다. 터진 후에는 비늘처럼 벗겨지거나 딱지가 앉는 양상을 보입니다.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발생 부위: 얼굴, 두피, 가슴, 등과 같은 피지 분비가 활발한 부위에 주로 발생합니다.
  • 특징: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며, 병변이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브라질 등 남미 지역에서 특정 곤충이나 환경적 요인과 관련된 '풍토성 낙엽 천포창(Fogo Selvagem)'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3. 천포창, 과연 전염될까요? (전염성)

많은 분들이 피부 질환, 특히 물집이 동반되는 질환에 대해 전염성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천포창은 절대 전염되지 않습니다. 천포창은 앞서 설명했듯이 외부의 병원체(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천포창은 유전적 소인을 가진 경우 더 잘 발생할 수 있으나, 이 질환이 유전된다는 증거는 없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거나 전염되지 않습니다." - 글로벌희귀질환네트워크

 

가족이나 친구, 지인과 접촉하거나 함께 생활하더라도 천포창이 옮을 위험은 전혀 없습니다. 천포창 환자분들도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전염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으셔도 좋습니다. 다만, 물집이 터져서 생긴 상처 부위는 이차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위생 관리에 신경 쓰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치료와 소독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Take Home Message

  • 천포창은 면역계의 오작동으로 인한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피부 세포를 공격하여 물집을 형성합니다.
  • 천포창은 '전염되지 않습니다.' 감염성 질환이 아니므로 다른 사람에게 옮길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 주요 증상은 '물집과 짓무름'입니다. 특히 보통 천포창은 입 안 점막에 먼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물집이 쉽게 터져 통증을 유발합니다.

천포창은 희귀 질환이지만,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증상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혹시 피부나 점막에 설명할 수 없는 물집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