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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지식

DRESS 증후군: 약물이 불러오는 심각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 과연 무엇일까?

by 비비닥 2025. 7. 7.

특정 약물을 복용한 뒤 피부 발진과 함께 고열, 장기 손상까지 동반되는 무서운 증상을 겪고 있다면, DRESS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DRESS 증후군은 'Drug Reaction with Eosinophilia and Systemic Symptoms'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호산구증가증 및 전신 증상을 동반한 약물 반응이라고 풀이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질환은 약물에 대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단순히 피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신 장기를 침범하여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중증 약물 유해 반응입니다. 일반적인 약물 알레르기와는 차원이 다른 DRESS 증후군, 오늘 그 원인과 증상에 대해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DRESS 증후군: 약물이 불러오는 심각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 과연 무엇일까?

1. DRESS 증후군, 왜 발생하는 걸까요? (생기는 이유)

DRESS 증후군은 특정 약물에 대한 우리 몸의 면역 반응 이상으로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약물 알레르기와 달리, DRESS 증후군은 주로 T-림프구에 의해 매개되는 지연형 과민반반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물 복용 후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8주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발생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약물 관련성: DRESS 증후군의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다양한 약물이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특히 다음과 같은 약물들이 자주 보고됩니다.
    • 항경련제: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페니토인(phenytoin), 라모트리진(lamotrigine),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 등
    • 통풍 치료제: 알로퓨리놀(allopurinol)
    • 항생제: 반코마이신(vancomycin),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 설폰아마이드(sulfonamide),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 답손(dapsone) 등
    • 항결핵제: 리팜피신(rifampicin), 이소니아지드(isoniazid), 에탐부톨(ethambutol)
    •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 이 외에도 다양한 약물이 DRESS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어떤 약물이라도 복용 후 의심 증상이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 유전적 요인: 특정 HLA(Human Leukocyte Antigen)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에게서 DRESS 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게서는 HLA-B*58:01 유전자형을 가진 경우 알로퓨리놀(allopurinol)에 의한 DRESS 증후군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합니다. 또한, HLA-A*31:01 유전자형은 카바마제핀(carbamazepine)에 의한 DRESS 증후군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적 소인은 약물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거나, 면역 세포가 약물을 비정상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과민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바이러스 재활성화: DRESS 증후군 환자의 상당수에서 사람 헤르페스 바이러스 6형(HHV-6),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거대세포 바이러스(CMV) 등 특정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약물에 대한 T 세포 매개 반응으로 면역계에 변화가 생기면,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어 DRESS 증후군의 증상을 심화시키고 질병 경과를 길어지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DRESS 증후군은 약물에 대한 T 세포 매개반응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휴먼 헤르페스 바이러스 6형(HHV-6)과 같은 기존 바이러스 감염의 재활성화가 증상을 심화시키고 지속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2. DRESS 증후군, 어떤 증상들이 나타날까요? (증상)

DRESS 증후군은 피부 증상 외에도 다양한 전신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며, 그 증상과 중증도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 후 2주에서 8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요 증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발열: 약물 복용 후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로, 38℃ 이상의 고열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감기몸살과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진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피부 발진: 홍역과 유사한 반구진성 발진이 얼굴이나 팔에서 시작하여 전신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발진은 붉고 넓게 퍼지며, 부종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물집이나 농포, 자반증(멍든 것 같은 출혈성 반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 혈액학적 이상:
    • 호산구 증가증 (Eosinophilia): 말초 혈액 내 호산구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특징적인 소견입니다. 호산구는 알레르기 반응과 관련된 백혈구의 일종입니다.
    • 비정형 림프구 증가증 (Atypical lymphocytosis): 비정상적인 형태의 림프구가 혈액에서 관찰될 수 있습니다.
  • 림프절 비대 (Lymphadenopathy): 림프절이 1~2cm 크기로 커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의 림프절이 만져지거나 통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 내부 장기 침범: DRESS 증후군이 심각한 주된 이유입니다. 다양한 내부 장기가 손상될 수 있으며, 가장 흔하게 침범되는 장기는 간입니다.
    • 간 손상 (Hepatitis): 간 효소 수치(AST, ALT)가 상승하는 간염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심한 경우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DRESS 환자의 약 70%에서 간 기능 이상이 나타납니다.
    • 신장 손상 (Nephritis): 신장 기능 이상으로 급성 신부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폐 침범 (Pneumonitis): 폐렴, 간질성 폐렴 등의 폐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심장 침범 (Myocarditis): 심근염이 발생하여 심장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 기타: 췌장염, 갑상선염 등 다양한 장기가 침범될 수 있습니다.

"DRESS 증후군은 발열, 피부 발진, 혈액 내 호산구 증가 또는 비정형 림프구의 존재, 그리고 림프절병증, 간염, 신장염, 폐렴, 심장염 등 최소 한 군데 이상의 내부 장기 침범 소견이 나타나면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3. DRESS 증후군,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DRESS 증후군은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잠복기가 길어서 초기 진단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원인 약물의 즉각적인 중단이 치료에 가장 중요합니다.

진단 기준: 주로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종합하여 진단합니다.

  • 약물 복용과의 시간적 관련성 (보통 2~8주 이내)
  • 피부 발진
  • 발열
  • 림프절 비대
  • 호산구 증가증
  • 하나 이상의 내부 장기 침범 (간, 신장, 폐, 심장 등)

치료: DRESS 증후군이 의심되면 즉시 모든 의심 약물의 복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원인 약물 중단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되는 경우,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하여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장기 손상을 줄이는 치료를 시행합니다. 증상에 따른 대증 요법도 중요합니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며, 지속적인 혈액 검사 및 장기 기능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Take Home Message

  • DRESS 증후군은 특정 약물에 대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입니다. 피부 발진뿐만 아니라 고열, 림프절 비대, 그리고 간, 신장, 폐, 심장 등 다양한 내부 장기 손상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 증상은 약물 복용 후 2주에서 8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유전적 요인바이러스 재활성화도 질병 발생 및 악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 DRESS 증후군이 의심되면 즉시 모든 의심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고 의료진과 상담하여 조기에 진단 및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