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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지식

패혈증의 열, 무조건 낮춰야 할까? "Fever in sepsis revisited" 논문 리뷰

by 비비닥 2025. 10. 25.
의사가 환자에게 혈액 검사 결과지(BUN,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은)를 보며 신장 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패혈증(Sepsis)'은 감염에 대한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 오히려 장기를 손상시키는, 매우 위중한 상태입니다. 패혈증의 가장 흔한 징후 중 하나가 바로 '열(Fever)'입니다. 지금까지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의 불편감을 줄이고 대사율을 낮추기 위해 해열제를 사용한 적극적인 패혈증 발열 치료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열이 정말로 '적'이기만 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논문이 있어 소개합니다. 바로 "Fever in sepsis revisited: Is a little heat what we need?"입니다.


🩺 "Fever in sepsis revisited" 논문의 핵심 주장

이 논문(Tilanus & Villamil, 2025)은 패혈증 환자의 발열을 무조건 해로운 것으로 보고 억제하려는 기존의 관념에 도전합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열은 유익한 방어 기전: 열은 수백만 년간 진화해 온 '적응형 열 충격 반응'으로, 감염에 맞서기 위한 우리 몸의 고도로 조절된 방어 전략일 수 있습니다.
  • 해열 치료의 역설: 충격적이게도, 여러 관찰 연구에서 패혈증 환자의 체온을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시도가 오히려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우리가 '치료'라고 생각했던 행위가 환자의 자연적인 방어 기전을 방해하여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열(Fever)이 면역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논문에 따르면, 발열 범위의 온도(약 38°C~41°C)는 우리 면역 체계에 여러 긍정적인 신호를 보냅니다.

  • 면역 반응 최적화: 상승된 온도는 선천 면역과 적응 면역 반응을 모두 자극하고 최적화합니다.
  • 면역 세포 동원: 골수에서 호중구(백혈구의 일종)가 방출되도록 자극하고, 이들이 감염 부위로 더 잘 이동하도록 돕습니다.
  • 병원체 제거 능력 향상: 대식세포나 수지상 세포 같은 면역 세포들이 병원체를 잡아먹는(포식 작용)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 Key Knowledge: 열과 항생제의 시너지

이 논문이 제시하는 가장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발열 범위의 온도가 특정 항생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체외 실험(in vitro) 데이터에 따르면, 특히 베타-락탐(Beta-lactam) 계열 항생제는 열이 있을 때 감염균에 대한 감수성(효과)이 더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미생물은 열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성장이 억제됩니다.

⚠️ 기존 "열 공포증(Fever Phobia)"의 함정

그렇다면 의사들은 왜 그동안 열을 낮추려고 노력했을까요?

  • 환자의 불편감: 열은 그 자체로 오한, 근육통,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 대사율 증가: 성인의 경우, 체온이 오르면 산소 소비량과 대사율이 증가하여 심폐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 합병증 우려: 특히 소아에서는 열성 경련 등 신경학적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이러한 이유로 '무분별하게'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패혈증 발열 치료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감염이 원인이 아닌 환자의 발열과 패혈증 환자의 발열은 구분해야 하며, 패혈증 환자에게 '조금의 열'은 감염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 결론: 패혈증 발열 치료,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논문은 "패혈증 환자의 열을 무조건 낮춰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열이 우리 몸의 아군일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합니다.

물론 41°C를 넘는 초고열이나, 심폐 기능이 매우 저하된 환자, 혹은 조절되지 않는 오한으로 산소 소모가 극심한 환자에게는 체온 조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패혈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조절된 발열'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극대화하고 항생제 효과를 돕는 중요한 방어 기전일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패혈증 발열 치료를 위해, 앞으로는 열을 억제하기보다 그 이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의 신중한 접근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그럼 패혈증일 때 해열제를 절대 쓰면 안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논문은 해열제의 '무분별한(indiscriminate)' 사용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환자가 고열로 인해 극심한 불편감을 호소하거나, 심폐 기능 저하로 발열로 인한 대사율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의사는 여전히 해열제를 신중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Q2: 이 논문은 모든 발열에 해당하나요?

아닙니다. 이 논문은 '패혈증(sepsis)' 환자의 발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감염이 아닌 다른 원인(예: 뇌손상,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발열은 예후가 다를 수 있으며, 이 경우 체온 조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Q3: 열이 항생제 효과를 높인다는 게 정말인가요?

네, 논문은 체외 실험(in vitro)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특히 베타-락탐 계열 항생제는 발열 범위의 온도에서 세균에 대한 감수성(효과)이 더 향상되는 프로파일을 보였습니다.

Q4: 이상적인 패혈증 발열 치료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 논문 자체가 기존의 패혈증 발열 치료 기준을 '재검토(revisited)'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정립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임상의에게 환자의 열을 자동으로 억제하기 전에, 발열의 잠재적 이점(면역 증강)을 고려해야 한다는 중요한 임상적 지침을 제공합니다.

Q5: 저희 아이가 열이 나는데, 해열제를 먹이지 말아야 할까요?

이 논문은 주로 성인 패혈증 환자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논의하며, 소아의 경우 '신경학적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이 해열 치료의 주된 이유라고 언급합니다. 아이의 발열은 패혈증이 아닌 다른 원인일 수 있으며, 소아의 발열 관리는 성인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반드시 담당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진료와 지침을 따르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 참고 자료 (References)

  • 1. Tilanus, A., & Villamil, W. (2025). Fever in sepsis revisited: Is a little heat what we need?. Open Forum Infectious Diseases, 12(10), ofaf608.
  • 2.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Sepsis."
  • 3.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What is Sep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