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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지식

흉수의 두 얼굴, 여출액(Transudate)과 삼출액(Exudate): 왜 구분해야 할까?

by 비비닥 2025. 10. 26.

 "폐에 물이 찼다"라고 흔히 알려진 '흉수(Pleural Effusion)'는 그 자체로도 증상을 유발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물이 왜 생겼는지 원인을 밝히는 것입니다. 임상 현장에서 흉수의 원인을 감별하는 가장 첫 번째이자 결정적인 단계가 바로 '흉수 여출액 삼출액 구분'입니다. 이 두 가지는 단순히 성분이 다른 물이 아니라, 발생 원인과 치료 전략이 완전히 다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흉수(Pleural Effusion)란 무엇인가?

우리의 폐는 '흉막'이라는 두 겹의 얇은 막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폐에 직접 붙어있는 '장측 흉막'과 가슴 벽 안쪽에 붙어있는 '벽측 흉막' 사이에는 '흉막강'이라는 잠재적인 공간이 존재합니다. 평소에도 이 공간에는 약 5~15mL 정도의 소량의 액체가 있어,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두 흉막이 부드럽게 마찰할 수 있도록 윤활제 역할을 합니다.

흉수란, 이 흉막강 내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액체가 고인 상태를 말합니다. 액체가 많이 고이면 폐를 압박하여 숨이 차거나(호흡곤란), 기침, 흉통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여출액(Transudate)과 삼출액(Exudate): 근본적인 차이

흉수가 확인되면, 의사는 '흉수 천자(Thoracentesis)'라는 시술을 통해 주사기로 흉수를 일부 뽑아내어 검사를 의뢰합니다. 이 검사의 제1 목적이 바로 이 물이 '여출액'인지 '삼출액'인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 여출액 (Transudate): 쉽게 말해 '밀려 나온 물'입니다. 폐나 흉막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전신적인 압력 불균형으로 인해 액체가 흉막강으로 밀려 나온 경우입니다. 주로 혈관 내 정수압이 증가하거나(예: 심부전) 혈장 교질삼투압이 감소할 때(예: 간경변, 신증후군) 발생합니다. 단백질 함량이 적고 맑은 것이 특징입니다.
  • 삼출액 (Exudate): '새어 나온 물'입니다. 흉막이나 폐에 염증, 감염, 종양 등 국소적인 문제가 생겨 흉막의 투과성이 증가하면서 액체와 함께 단백질, 세포 등이 흉막강으로 새어 나온 경우입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혼탁할 수 있습니다.

진단의 핵심: 라이트 기준 (Light's Criteria)

흉수가 여출액인지 삼출액인지 감별하는 가장 표준적이고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바로 '라이트 기준(Light's Criteria)'입니다. 이 기준은 흉수와 혈액의 단백질 및 LDH (유산탈수소효소) 수치를 비교합니다.

아래 세 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만족하면 '삼출액(Exudate)'으로 진단하며, 세 가지 모두 만족하지 않으면 '여출액(Transudate)'으로 진단합니다.

라이트 기준 (Light's Criteria) 기준치 결과
흉수 단백질 / 혈청 단백질 비율 > 0.5 셋 중 하나라도
Yes
= 삼출액
흉수 LDH / 혈청 LDH 비율 > 0.6
흉수 LDH 수치 > 혈청 LDH 정상 상한치의 2/3
위 3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하지 않음 No
= 여출액

이처럼 흉수 여출액 삼출액 구분은 명확한 생화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왜 흉수 여출액 삼출액 구분이 그토록 중요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치료의 방향성이 180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흉수 여출액 삼출액 구분은 흉수 진단 알고리즘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1. 여출액 (Transudate)일 경우: "전신 질환"을 치료하라

여출액으로 판단되면, 흉수 자체는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닙니다. 물이 고이게 만든 근본적인 전신 질환을 찾아 치료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심부전 환자에게는 이뇨제를 투여하여 전신의 체액량을 조절하고, 간경변 환자에게는 알부민을 투여하거나 이뇨제를 사용하는 등 기저 질환 관리에 집중합니다. 흉수 자체를 뽑아내는 것은 일시적인 증상 완화일 뿐, 근본 치료가 아닙니다.

2. 삼출액 (Exudate)일 경우: "국소 원인"을 찾아라

삼출액으로 판단되면, 이는 폐나 흉막 자체의 국소적인 문제를 강력히 시사합니다. 이제부터는 왜 염증이나 손상이 생겼는지 추가 검사(세균 배양, 세포 검사, CT, 흉막 조직 검사 등)를 통해 원인을 밝혀내야 합니다.

만약 폐렴에 의한 흉수(부폐렴성 흉수)라면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고, 결핵성 흉수라면 항결핵제 치료가 필요합니다. 악성 종양(암)에 의한 흉수라면 항암 치료나 흉막 유착술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처럼 흉수 여출액 삼출액 구분은 환자의 다음 검사와 치료 계획을 결정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흉수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들

흉수 여출액 삼출액 구분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원인 질환군이 명확하게 나뉘기 때문입니다.

  • 주요 여출액(Transudate) 원인
    • 심부전 (Heart Failure): 가장 흔한 원인
    • 간경변 (Cirrhosis): 복수가 흉수로 이동 (간성 흉수)
    • 신증후군 (Nephrotic Syndrome): 심한 알부민뇨로 인한 저알부민혈증
    • 복막 투석 (Peritoneal Dialysis)
  • 주요 삼출액(Exudate) 원인
    • 폐렴 (Pneumonia): 세균성 폐렴에 동반 (부폐렴성 흉수)
    • 악성 종양 (Malignancy): 폐암, 유방암, 림프종 등
    • 결핵 (Tuberculosis): 결핵성 흉막염
    • 폐색전증 (Pulmonary Embolism): 일부에서 삼출액 소견
    •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

요약 및 Q&A

흉수는 그 자체로 질병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 또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흉수 여출액 삼출액 구분'은 그 신호의 근원지가 몸 전체의 시스템 문제(여출액)인지, 아니면 폐와 흉막의 국소적인 문제(삼출액)인지를 알려주는 가장 중요하고 첫 번째가 되는 과정입니다. 이 구분을 통해 비로소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Q1. 흉수 천자(흉수 뽑는 시술)는 위험하지 않나요?

A1. 흉수 천자는 비교적 안전한 시술입니다. 최근에는 대부분 초음파를 보면서 안전하게 시행합니다. 드물게 시술 부위 통증, 출혈, 기흉(폐에 구멍이 생김)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숙련된 의사가 시행할 경우 그 위험은 매우 낮습니다.

Q2. 라이트 기준(Light's Criteria)이 100% 정확한가요?

A2. 약 95% 이상 높은 정확도를 보이지만 100%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심부전 환자가 이뇨제를 오래 사용하면 여출액임에도 불구하고 단백질이 농축되어 '삼출액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항상 환자의 임상 상황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Q3. 여출액(Transudate)은 흉수를 빼낼 필요가 없나요?

A3. 진단 목적 외에는 대부분 기저 질환(심부전 등)을 치료하면 자연스럽게 좋아집니다. 하지만 흉수의 양이 너무 많아 호흡곤란이 심한 경우에는,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흉수를 빼내는 '치료적 천자'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Q4. 삼출액(Exudate)이 나오면 항상 암처럼 심각한 병인가요?

A4.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장 흔한 삼출액의 원인 중 하나는 '폐렴'이며, 이는 항생제 치료로 완치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삼출액은 '국소적인 문제'를 의미하므로, 그 원인이 단순 감염인지 혹은 암이나 결핵 같은 심각한 질환인지를 밝히기 위한 추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Q5. 흉수 여출액 삼출액 구분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요약해주세요.

A5.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출액은 '심부전, 간경변' 같은 전신 질환 치료가 필요하고, 삼출액은 '폐렴, 결핵, 암' 같은 폐/흉막의 국소 질환 치료가 필요합니다. 잘못 진단하면 전혀 다른 병을 치료하게 되는 셈입니다.

References (참고 자료)

  • Light, R. W. (2013). The Light criteria: the beginning and the end of the algorithm. Journal of thoracic disease, 5(Suppl 4), S414–S416.
  • UpToDate. (2025). Mechanisms of pleural effusion. https://www.uptodate.com/contents/mechanisms-of-pleural-effusion</a >
  • Jameson, J. L., et al. (2018).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0th ed.). McGraw-Hill Edu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