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분들께서 "다리가 저리다", "발이 화끈거린다",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고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한 혈액순환 장애가 아닌,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 DPN)'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이 고통스러운 신경병증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며, 심하면 발의 감각을 잃어 족부 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의 핵심 원칙과, 이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어떤 약물들이 사용되는지 명확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린 다리'의 정체: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란?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지속적인 고혈당이 말초신경, 특히 발과 다리의 감각신경에 손상을 입혀 발생하는 합병증입니다. 높은 혈당은 신경세포 자체와 신경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을 모두 망가뜨립니다.
그 결과, 신경이 비정상적으로 과흥분하여 아무런 자극이 없는데도 통증을 느끼거나(자발통),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이질통), 감각이 둔해지기도(감각 저하) 합니다.
- 주요 증상: 화끈거림, 저림, 따끔거림, 찌르는 듯한 통증, 시린 느낌, 감각 마비
- 특징: 주로 양쪽 발끝에서 시작해 대칭적으로 위로 올라오며, 특히 밤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료의 두 가지 기둥: 원인 조절과 증상 조절
환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약물치료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는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1. 원인 조절 (질병 진행 억제)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치료입니다. 바로 '철저한 혈당 조절'입니다. 이미 손상된 신경을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혈당(당화혈색소)을 목표치 이내로 엄격하게 관리하면 신경 손상의 진행을 억제하고 추가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유일하게 검증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의 근본책입니다.
2. 증상 조절 (통증 관리)
사용자가 질문한 '약물 치료'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혈당을 조절해도 이미 시작된 통증은 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통증은 수면을 방해하고 우울감을 유발하므로, 삶의 질을 위해 적극적으로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통증 조절을 위한 핵심 약물 (1차 선택제)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통증은 일반 소염진통제(NSAIDs)로는 잘 조절되지 않습니다. 이는 근육통이 아닌 '신경통'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과흥분된 신경 신호를 안정시키는 약물들이 1차 치료제로 사용됩니다.
| 약물 계열 | 주요 성분명 (대표 상품명) | 작용 기전 |
|---|---|---|
| 항경련제 (알파-2-델타 리간드) |
• 프레가발린 (리리카) • 가바펜틴 (뉴론틴) |
신경 말단에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여 신경의 과흥분 상태를 안정시킵니다. |
| SNRI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
• 둘록세틴 (심발타) | 뇌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경로를 활성화하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농도를 높여 통증 신호를 둔화시킵니다. |
| 삼환계 항우울제 (TCA) | • 아미트립틸린 • 노르트립틸린 |
오래전부터 사용된 신경병증 통증 조절제. SNRI와 유사하게 통증 억제 경로를 강화하나 입 마름, 변비, 기립성 저혈압 등 부작용이 있어 노인에겐 주의가 필요합니다. |
2차 약물 및 기타 치료 옵션
1차 약물로 효과가 불충분하거나 부작용으로 사용이 어려운 경우, 다른 약물을 시도하거나 병합 요법을 사용합니다.
- 아편유사 진통제 (Opioids): '트라마돌'이나 '타펜타돌' 성분이 다른 1차 약물과 복합된 형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효과는 좋지만 의존성 위험이 있어 단기간 사용하거나 신중하게 투여합니다.
- 국소 치료제 (Topical Agents): 통증 부위가 국소적이라면 '캡사이신 크림'이나 '리도카인 패치'를 해당 부위에 직접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전문의의 처방 하에 용량을 서서히 조절하며 자신에게 맞는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효과적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를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약물 치료만큼 중요한 '발 관리'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에서 약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생활습관, 특히 '발 관리'입니다. 통증도 문제지만, 감각이 둔해지는 것은 더 위험한 신호입니다.
- 매일 발 관찰하기: 씻고 난 후 발가락 사이, 발바닥에 작은 상처나 물집, 굳은살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 적절한 신발 착용: 발에 잘 맞고 쿠션이 좋은 편안한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 발 보습: 발이 건조하면 갈라지고 상처가 나기 쉬우므로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줍니다. (단, 발가락 사이는 제외)
- 금연 및 절주: 흡연과 음주는 말초 혈관을 수축시키고 신경 손상을 악화시킵니다.
요약 및 Q&A
당뇨병으로 인한 다리 저림과 통증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신호입니다. 치료의 핵심은 (1) 엄격한 혈당 조절로 병의 진행을 막고, (2) 전문의의 처방에 따른 적극적인 약물 치료로 고통스러운 통증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평생을 관리하는 마라톤임을 기억하시고 주치의와 긴밀히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Q1. 신경병증 약을 먹으면 손상된 신경이 다시 살아나나요?
A1.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손상된 신경을 완벽하게 재생시키는 약은 없습니다. 지금 드시는 약(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등)은 이미 손상되어 과흥분한 신경을 '안정'시켜 통증 신호를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신경이 더 망가지지 않게 하는 것은 '혈당 조절'의 몫입니다.
Q2. 프레가발린(리리카)은 원래 뇌전증(간질) 약이라는데, 먹어도 괜찮나요?
A2. 네, 괜찮습니다. 프레가발린이나 가바펜틴은 뇌전증(항경련제)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연구 과정에서 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신경병증성 통증에도 탁월하다는 것이 밝혀져, 현재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에 1차 약제로 공식 허가받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Q3.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통증이 바로 좋아지지 않아요.
A3. 신경병증 치료제는 일반 소염진통제와 다릅니다. 복용 시작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1~2주 이상 걸릴 수 있으며, 부작용(주로 어지러움, 졸음)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저용량에서 시작하여 서서히 용량을 올려야 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Q4. 당뇨병 초기인데도 발이 저릴 수 있나요?
A4. 네, 가능합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수록 흔하지만, 당뇨병 진단 시점, 심지어 당뇨병 전단계(내당능장애)에서도 발견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빨리 적극적인 혈당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Q5. 저는 아프기보다는 발 감각이 둔하고 남의 살 같아요. 이것도 약을 먹어야 하나요?
A5. 통증(저림, 화끈거림)도 신경병증이지만, 감각이 둔해지는 것(감각 저하, 마비) 역시 심각한 신경병증의 증상입니다. 감각이 둔하면 발에 상처가 나도 모르고 지나쳐 '당뇨발(족부 궤양)'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통증 조절 약물이 필요하지 않을 순 있으나, 이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가 시급함을 의미하며, 철저한 혈당 조절과 매일의 '발 관리'가 즉시 시작되어야 합니다.
References (참고 자료)
- UpToDate. (2025). Management of diabetic neuropathy. https://www.uptodate.com/contents/management-of-diabetic-neuropathy</a >
-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ADA). (2025). Standards of Care in Diabetes - 12. Retinopathy, Neuropathy, and Foot Care. Diabetes Care, 48(Supplement 1).
- 대한당뇨병학회 (KDA). (2023). 2023 당뇨병 진료지침 - 제9장 당뇨병성 신경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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