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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지식

CRE의 종류와 유전자형 분석: CPE(KPC, NDM, OXA-48) 임상적 접근 가이드

by 비비닥 2025. 12. 21.

감염관리실에서 항생제 감수성 결과지를 받아들 때마다 느끼는 막막함이 있습니다. "CRE Positive"라는 붉은색 글씨를 볼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격리실을 어디서 구하지?'라는 행정적 고민이지만, 곧바로 더 본질적인 의문이 뒤따릅니다. "이게 단순 CRE인가, 아니면 전파력이 강한 CPE인가? 유전자형은 KPC인가 NDM인가?"

레지던트 선생님들과 회진을 돌다 보면, 단순히 "메로페넴(Meropenem)이 안 듣는 균" 정도로만 뭉뚱그려 이해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하지만 CRE의 종류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미생물학적 분류를 넘어, 사용 가능한 최후의 항생제를 선택하고 병원 내 아웃브레이크를 막는 전략의 핵심입니다. 오늘은 임상 현장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CRE의 분류와 그에 따른 실전적 대응 전략을 파고들어 봅니다.

 

"모든 CRE가 같은 위협 수준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CPE 여부와 Genotype(유전자형)을 아는 것이 곧 환자의 예후를 결정합니다."

1. CRE vs CPE: 단순 내성인가, 효소 생성인가?

가장 먼저 정립해야 할 개념은 CRE(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와 CPE(Carbapenemase-Producing Enterobacteriaceae)의 차이입니다. CRE는 말 그대로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현상'을 말하며, CPE는 그 내성의 원인이 '분해 효소'인 경우를 뜻합니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것은, 모든 CPE는 CRE이지만, 모든 CRE가 CPE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 Non-CPE CRE: 세균의 외막 구멍(Porin)이 소실되어 항생제가 못 들어가거나, 기존의 베타락탐 분해효소(AmpC, ESBL)가 과도하게 발현된 경우입니다. 전파력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 CPE (Carbapenemase-Producing): 카바페넴을 직접 가수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획득한 경우입니다. 플라스미드(Plasmid)를 통해 다른 균주로 내성을 빠르게 전파하므로 감염관리의 주 타겟이 됩니다.

2. Ambler Classification: 분자생물학적 기전과 종류

🔬 Clinical Insight: 왜 유전자형을 알아야 할까?

과거에는 'CRE면 Colistin이나 Tigecycline'이라는 공식이 통했지만, Ceftazidime-Avibactam(Avycaz) 등 신약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이 신약들은 특정 효소(Class A, D)에는 듣지만 다른 효소(Class B)에는 듣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형 확인이 치료 약제 선택의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CPE는 생성하는 효소의 분자 구조에 따라 Ambler Class A, B, D로 나뉩니다. 국내에서는 KPC, NDM, OXA-48형이 주로 발견됩니다.

구분 Class A (KPC 등) Class B (MBL: NDM, VIM) Class D (OXA-48)
활성 부위 Serine Beta-lactamase Metallo-Beta-lactamase (Zinc) Serine Beta-lactamase
주요 특징 가장 흔함, 모든 베타락탐 분해 아연(Zn) 의존성, Avycaz 내성 Weak carbapenemase, Cephalosporin 일부 감수성 가능
신약 감수성 Ceftazidime-Avibactam (O)
Meropenem-Vaborbactam (O)
Ceftazidime-Avibactam (X)
Aztreonam + Avycaz (O)
Ceftazidime-Avibactam (O)
Meropenem-Vaborbactam (X)
국내 현황 매우 흔함 (주로 K. pneumoniae) 증가 추세 (주로 NDM-1) 간헐적 보고

3. 최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치료 전략 (IDSA 2023 Update)

미국감염학회(IDSA) 및 국내 진료 지침을 바탕으로 유전자형에 따른 접근법을 정리합니다.

1) KPC Producer (Class A)

현재 가장 강력한 1차 치료제는 Ceftazidime-Avibactam입니다. 과거 주류였던 Colistin 기반 병합요법은 신독성(Nephrotoxicity) 문제와 낮은 효능으로 인해 대체 약제가 없을 때만 고려하는 후순위로 밀려났습니다. 메로페넴 MIC가 낮은 경우(≤8 mg/L) 고용량 장시간 주입(Extended Infusion)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2) NDM Producer (Class B, MBL)

임상의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유형입니다. Avibactam이 MBL을 억제하지 못하므로 Ceftazidime-Avibactam 단독으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전략: 유일하게 MBL에 안정적인 Aztreonam에, Aztreonam을 파괴하는 다른 효소를 막기 위해 Ceftazidime-Avibactam을 섞어서 쓰는 'Double Beta-Lactam' (Aztreonam + Avycaz) 요법이 추천됩니다. 또는 Cefiderocol(국내 도입 제한적)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3) OXA-48 like (Class D)

KPC와 유사하게 Ceftazidime-Avibactam이 효과적입니다. 특이하게도 Cephalosporin 분해 능력이 약해 Ceftazidime이나 Cefepime에 감수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진단 시 혼동을 줄 수 있습니다(Stealth attack).

4. 임상적 팁과 Q&A

교과서적인 약제 선택만큼 중요한 것이 '언제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CRE가 검출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고가의 신약을 쏟아붓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Q1. 환자가 열도 없고 증상도 없는데 소변/객담에서 CRE가 나왔습니다. 치료하나요?
절대 치료하지 않습니다(Colonization). 무증상 세균뇨(Asymptomatic Bacteriuria)나 단순 보균 상태에서 항생제를 쓰면 내성만 더 유도합니다. 격리(Contact Precaution)만 철저히 유지하고, 실제 감염 징후(Sepsis, Pneumonia 등)가 있을 때 투약을 시작합니다.
Q2. 유전자형 검사(PCR)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어떻게 치료하나요?
원내 역학 데이터를 따릅니다. 국내 대학병원의 경우 KPC가 가장 우세하므로, 중증 감염이라면 경험적으로 Ceftazidime-Avibactam을 포함하거나, 고전적인 Colistin + Meropenem 병합 요법을 시작하고 PCR 결과에 따라 De-escalation 합니다.
Q3. NDM형(MBL)이 나왔는데 Aztreonam을 구할 수 없다면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Colistin(또는 Polymyxin B) + Tigecycline 병합 요법을 고려해야 하며, 소변 감염인 경우 Aminoglycoside(Amikacin 등) 감수성이 있다면 적극 활용합니다. Fosfomycin도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Q4. CRE 격리 해제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병원마다 감염관리 규정이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치료 종결 후 3~7일 간격으로 시행한 감시 배양 검사(Rectal swab 등)에서 연속 3회 음성이 확인되어야 해제합니다. 이는 매우 까다로운 기준이라 장기 입원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Take Home Message

  • CRE ≠ CPE: 효소 생성 여부(CPE)를 확인해야 하며, CPE는 전파력이 강해 엄격한 격리가 필요하다.
  • Genotype Matters: 유전자형(KPC, NDM, OXA-48)에 따라 효과적인 신약(Avycaz 등)이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Treatment Strategy: KPC/OXA-48은 Ceftazidime-Avibactam이 1차 선택약이며, NDM은 Aztreonam과의 병합이 필요하다.
  • Colonization vs Infection: 단순 보균자는 치료하지 않고 격리만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