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외래 진료 중, 70대 남성 환자분께서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영양제 상자 하나를 꺼내 놓으십니다. 아들이 전립선에 좋다고 사준 쏘팔메토(Saw Palmetto)입니다. "원장님, 이거 먹으면 병원 약 안 먹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는 기대와 불안이 섞여 있습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쏘팔메토지만, 정작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근거의 실체는 광고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임상적 증거에 따르면 쏘팔메토(Saw Palmetto)는 양성 전립선 비대증(BPH)으로 인한 하부 요로 증상(LUTS) 치료에 있어 위약(placebo) 대비 유의미한 이점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1. 쏘팔메토의 약리 기전: 식물성 추출물의 분자 생물학적 접근
쏘팔메토 추출물인 Serenoa repens는 주로 지방산(Fatty acids)과 피토스테롤(Phytosterols)로 구성됩니다. 이론적인 주된 기전은 5-alpha-reductase(5-AR) 효소 억제입니다. 이는 테스토스테론이 전립선 증식을 유발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안드로겐 수용체 결합 억제, 염증 매개체(Leukotrienes, Prostaglandins)의 생성 저해를 통한 항염증 효과 및 평활근 이완 작용이 가설로 제시되어 왔습니다.

2. EBM으로 본 쏘팔메토: RCT가 말하는 진실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Cochrane Review와 STEP (Saw Palmetto Treatment for Enlarged Prostates) Trial입니다. 22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STEP 연구에서는 쏘팔메토가 IPSS 점수와 요류 속도에서 플라세보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이후 더 대규모인 CAMUS Trial에서도 표준 용량의 3배(960mg)까지 증량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부요로증상(LUTS) 개선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신 AUA(미국비뇨의학회) 및 EAU(유럽비뇨의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쏘팔메토를 증상 개선을 위한 표준 치료법으로 권고하지 않습니다.
3. 약물 치료와 쏘팔메토의 임상적 차이
임상 현장에서 쏘팔메토는 전문 의약품인 알파차단제(Alpha-blocker)나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5-ARI)의 대체제가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약리학적 효과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 구분 | 전문 의약품 (Tamsulosin 등) | 쏘팔메토 (건강기능식품) |
|---|---|---|
| 핵심 기전 | 수용체 선택적 이완 / 호르몬 차단 | 비선택적 효소 억제 (가설 수준) |
| 증상 개선 속도 | 수일 내 신속한 반응 (알파차단제) | 불분명하며 플라세보와 유사 |
| 전립선 크기 감소 | 5-ARI 복용 시 유의미한 감소 |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감소 미비 |
| PSA 영향 | PSA 수치를 약 50% 감소시킴 | PSA 수치에 유의미한 영향 없음 |
4. 처방 가이드 및 실무적 전략
만약 환자가 강력히 복용을 원한다면, 일일 320mg(지방산 85-95% 농축 기준)의 용량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치료'가 아닌 '보조'의 개념임을 명확히 인지시켜야 합니다. 특히 심한 폐색 증상이나 방광 결석, 반복적인 요로 감염이 있는 환자에게는 쏘팔메토에 의존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강력히 권고해야 합니다. 부작용으로는 드물게 위장 장애나 현기증이 보고되나, 전문 의약품에 비해 성기능 관련 부작용은 적은 편입니다.
5. 임상 현장의 팁과 흔한 오해들
진료실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PSA 수치 왜곡' 여부입니다. 다행히 쏘팔메토는 Finasteride와 달리 PSA 수치를 마스킹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립선암 선별 검사에 혼선을 줄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영양제 복용으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믿어 정기 검진을 소홀히 하는 '심리적 안도감'이 더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Take Home Message
- 쏘팔메토는 대규모 임상 연구(CAMUS, STEP)에서 플라세보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 AUA 및 EAU 등 주요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BPH 증상 치료를 위해 쏘팔메토를 권고하지 않습니다.
- PSA 수치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나, 적절한 약물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할 위험(Clinical Inertia)이 있습니다.
- 환자 상담 시 '치료제'가 아닌 '개인적 선호에 따른 건강기능식품'으로 명확히 구분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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