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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의학

호중구 감소성 발열(Febrile Neutropenia)의 항생제 선택 가이드: 왜 타조신과 메로페넴인가?

by 비비닥 2025. 12. 26.

새벽 2시, 혈액종양내과 병동 당직실의 전화가 울립니다. "선생님, 12호실 환자분 체온 38.3도입니다. 어제 항암 7일차였고 방금 나온 CBC에서 ANC(절대 호중구 수치)가 280입니다." 이 순간 전공의의 머릿속에는 비상벨이 울립니다. 단순한 '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호중구가 고갈된 환자에게 발열은 곧 감염을 의미하며, 적절한 항생제가 1시간 내에 투여되지 않으면 패혈증 쇼크(Septic Shock)로 직행할 수 있는 내과적 응급상황(Medical Emergency)입니다. 오늘은 이 긴박한 순간, 우리가 왜 특정 항생제를 선택해야만 하는지 그 약리학적 근거와 전략을 파헤쳐 봅니다.

"Time is Neutrophil. 호중구가 없는 환자에게 시간은 곧 생명이며, 항생제는 유일한 방패입니다."

1. 왜 '녹농균(Pseudomonas)'이 기준인가?

호중구 감소성 발열(Febrile Neutropenia, 이하 FN) 치료의 대원칙은 'Anti-pseudomonal Activity(항녹농균 효과)'가 있는 약제를 경험적으로 즉시 투여하는 것입니다.

물론 원인균은 Coagulase-negative Staphylococci(CNS) 같은 그람 양성균이 더 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과 같은 그람 음성균은 감염 시 급격하게 진행하여 48시간 이내에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양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장 치명적인 적(녹농균)을 제압할 수 있는 광범위 항생제를 '단독 요법(Monotherapy)'으로 우선 사용하는 것이 IDSA 및 NCCN 가이드라인의 핵심입니다.

2. 1차 선택 약제: The Big Three (Beta-lactams)

🔬 Standard of Care

현재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1차 경험적 항생제는 아래 3가지 계열 중 하나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Ceftriaxone이나 Cefotaxime은 녹농균 커버가 안 되므로 단독 사용 금지입니다.)

① Piperacillin/Tazobactam (제품명: 타조신, 핍타조 등)

가장 널리 쓰이는 'Workhorse(주력)' 항생제입니다. 페니실린 계열인 Piperacillin이 녹농균을 잡고, Beta-lactamase inhibitor인 Tazobactam이 내성균을 막습니다. 혐기성 균(Anaerobes)까지 커버하므로 복강 내 감염이나 구강 내 병변(Mucositis)이 의심될 때 특히 유용합니다.

② Cefepime (4세대 세팔로스포린)

3세대 세팔로스포린의 약점인 녹농균 커버력을 보완하고, 그람 양성균(MSSA 등)에 대한 효과도 유지한 약물입니다. 혐기성 균 커버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뇌혈관 장벽(BBB) 투과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여 중추신경계 감염 위험이 있을 때 고려될 수 있습니다.

③ Carbapenems (Meropenem, Imipenem)

'The Final Weapon(최종 병기)'에 가깝습니다. ESBL(Extended-spectrum beta-lactamase) 생성 균주가 의심되거나, 환자의 활력 징후(Vital sign)가 불안정할 때, 혹은 이전에 타조신 등을 사용했음에도 반응이 없을 때 선택합니다. Ertapenem은 녹농균 커버가 안 되므로 FN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3. 약제별 스펙트럼 비교 및 선택 전략

항생제 (성분명) 녹농균 커버 혐기성 균 커버 주요 특징 및 적응증
Pip/Tazobactam우수우수표준 치료제. 복통, 설사, 구내염 동반 시 유리.
Cefepime우수약함신독성 적음. 뇌전증(Seizure) 부작용 주의.
Meropenem매우 우수우수중증 패혈증, ESBL 과거력, 타조신 실패 시.
Ceftazidime우수없음과거에 쓰였으나 G(+) 커버력 부족으로 최근엔 단독 사용 자제.

4. 반코마이신(Vancomycin)은 언제 추가하는가?

"불안하니까 반코마이신도 같이 쓸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하지만 루틴한 반코마이신 병용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신독성 위험과 VRE(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 출현 우려 때문입니다. 다음의 특수 상황에서만 병용을 고려합니다.

  • 혈역학적 불안정: 저혈압, 빈맥 등 패혈성 쇼크 징후가 있을 때.
  • 카테터 감염 의심: Chemoport나 Hickman catheter 부위의 발적, 통증.
  • MRSA 과거력: 이전에 MRSA 보균자였거나 감염력이 있는 경우.
  • 심한 점막 손상: 고용량 항암제(예: Cytarabine) 등으로 인한 심한 구내염.

5. 임상적 팁과 Q&A

Q1. 3일 동안 항생제를 썼는데 열이 안 떨어집니다. 바꿔야 하나요?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Stable)이라면, 열이 지속되더라도 같은 항생제를 유지하며 배양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성급한 교체는 내성만 키울 수 있습니다. 단, 4-7일 이상 발열이 지속되면 항진균제(Antifungal) 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Q2. 예방적 항생제(Prophylaxis)는 도움이 되나요?
고위험군(예: 급성 백혈병 관해 유도 요법,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에게는 Ciprofloxacin이나 Levofloxacin 같은 퀴놀론계 예방 요법이 감염 발생을 줄인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저위험군에게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Q3. G-CSF(백혈구 촉진제)는 언제 쓰나요?
이미 발생한 FN 치료 목적으로 G-CSF를 루틴하게 쓰는 것은 사망률 감소 효과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폐렴, 저혈압, 진균 감염 등 합병증이 있거나 예상되는 호중구 감소 기간이 길 때는 회복 단축을 위해 사용을 고려합니다.

Take Home Message

  • 응급 상황 인지: ANC < 500 상태의 발열은 즉각적인 항생제 투여가 필요한 응급 상황입니다.
  • 핵심은 녹농균: 초기 경험적 항생제는 반드시 녹농균(Pseudomonas)을 커버하는 Beta-lactam 단독 요법(Pip/Tazo, Cefepime, Carbapenem)이 원칙입니다.
  • 반코마이신 신중 투여: MRSA 의심, 카테터 감염, 쇽(Shock) 등 명확한 적응증이 있을 때만 추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