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혈액종양내과 병동 당직실의 전화가 울립니다. "선생님, 12호실 환자분 체온 38.3도입니다. 어제 항암 7일차였고 방금 나온 CBC에서 ANC(절대 호중구 수치)가 280입니다." 이 순간 전공의의 머릿속에는 비상벨이 울립니다. 단순한 '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호중구가 고갈된 환자에게 발열은 곧 감염을 의미하며, 적절한 항생제가 1시간 내에 투여되지 않으면 패혈증 쇼크(Septic Shock)로 직행할 수 있는 내과적 응급상황(Medical Emergency)입니다. 오늘은 이 긴박한 순간, 우리가 왜 특정 항생제를 선택해야만 하는지 그 약리학적 근거와 전략을 파헤쳐 봅니다.
"Time is Neutrophil. 호중구가 없는 환자에게 시간은 곧 생명이며, 항생제는 유일한 방패입니다."
1. 왜 '녹농균(Pseudomonas)'이 기준인가?
호중구 감소성 발열(Febrile Neutropenia, 이하 FN) 치료의 대원칙은 'Anti-pseudomonal Activity(항녹농균 효과)'가 있는 약제를 경험적으로 즉시 투여하는 것입니다.
물론 원인균은 Coagulase-negative Staphylococci(CNS) 같은 그람 양성균이 더 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과 같은 그람 음성균은 감염 시 급격하게 진행하여 48시간 이내에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양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장 치명적인 적(녹농균)을 제압할 수 있는 광범위 항생제를 '단독 요법(Monotherapy)'으로 우선 사용하는 것이 IDSA 및 NCCN 가이드라인의 핵심입니다.
2. 1차 선택 약제: The Big Three (Beta-lactams)
현재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1차 경험적 항생제는 아래 3가지 계열 중 하나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Ceftriaxone이나 Cefotaxime은 녹농균 커버가 안 되므로 단독 사용 금지입니다.)
① Piperacillin/Tazobactam (제품명: 타조신, 핍타조 등)
가장 널리 쓰이는 'Workhorse(주력)' 항생제입니다. 페니실린 계열인 Piperacillin이 녹농균을 잡고, Beta-lactamase inhibitor인 Tazobactam이 내성균을 막습니다. 혐기성 균(Anaerobes)까지 커버하므로 복강 내 감염이나 구강 내 병변(Mucositis)이 의심될 때 특히 유용합니다.
② Cefepime (4세대 세팔로스포린)
3세대 세팔로스포린의 약점인 녹농균 커버력을 보완하고, 그람 양성균(MSSA 등)에 대한 효과도 유지한 약물입니다. 혐기성 균 커버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뇌혈관 장벽(BBB) 투과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여 중추신경계 감염 위험이 있을 때 고려될 수 있습니다.
③ Carbapenems (Meropenem, Imipenem)
'The Final Weapon(최종 병기)'에 가깝습니다. ESBL(Extended-spectrum beta-lactamase) 생성 균주가 의심되거나, 환자의 활력 징후(Vital sign)가 불안정할 때, 혹은 이전에 타조신 등을 사용했음에도 반응이 없을 때 선택합니다. Ertapenem은 녹농균 커버가 안 되므로 FN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3. 약제별 스펙트럼 비교 및 선택 전략
| 항생제 (성분명) | 녹농균 커버 | 혐기성 균 커버 | 주요 특징 및 적응증 |
|---|---|---|---|
| Pip/Tazobactam | 우수 | 우수 | 표준 치료제. 복통, 설사, 구내염 동반 시 유리. |
| Cefepime | 우수 | 약함 | 신독성 적음. 뇌전증(Seizure) 부작용 주의. |
| Meropenem | 매우 우수 | 우수 | 중증 패혈증, ESBL 과거력, 타조신 실패 시. |
| Ceftazidime | 우수 | 없음 | 과거에 쓰였으나 G(+) 커버력 부족으로 최근엔 단독 사용 자제. |
4. 반코마이신(Vancomycin)은 언제 추가하는가?
"불안하니까 반코마이신도 같이 쓸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하지만 루틴한 반코마이신 병용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신독성 위험과 VRE(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 출현 우려 때문입니다. 다음의 특수 상황에서만 병용을 고려합니다.
- 혈역학적 불안정: 저혈압, 빈맥 등 패혈성 쇼크 징후가 있을 때.
- 카테터 감염 의심: Chemoport나 Hickman catheter 부위의 발적, 통증.
- MRSA 과거력: 이전에 MRSA 보균자였거나 감염력이 있는 경우.
- 심한 점막 손상: 고용량 항암제(예: Cytarabine) 등으로 인한 심한 구내염.
5. 임상적 팁과 Q&A
Take Home Message
- 응급 상황 인지: ANC < 500 상태의 발열은 즉각적인 항생제 투여가 필요한 응급 상황입니다.
- 핵심은 녹농균: 초기 경험적 항생제는 반드시 녹농균(Pseudomonas)을 커버하는 Beta-lactam 단독 요법(Pip/Tazo, Cefepime, Carbapenem)이 원칙입니다.
- 반코마이신 신중 투여: MRSA 의심, 카테터 감염, 쇽(Shock) 등 명확한 적응증이 있을 때만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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